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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도 이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경찰 온라인모임 ‘폴네띠앙’ 류근창 회장






“경찰도 이젠 무조건적인 상명하복 틀에서 벗어나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합니다. 경찰조직의 민주화가 민주 사회의 완성이니까요.”

경찰 공무원의 온라인 모임인 폴네띠앙(polnetian.com) 회장을 맡은 경남경찰청 정보과 소속 류근창(48·사진) 경위는 14일 “경찰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선 가장 먼저 경찰 조직의 민주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류 경위는 지난해 6월부터 폴네띠앙을 이끌고 있는데, 지난 10~11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다시 뽑혔다.

폴네띠앙은 경찰(폴리스)과 누리꾼(네티즌)의 합성어로, 2000년 창립했다. 현재 순경부터 경무관까지 전국 경찰 5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지방경찰청별로 지역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깨끗하고 당당한 경찰이 되어 시민 이익을 위한 좋은 경찰 노릇을 하자는 게 이 단체가 추구하는 목표다. 이를 위해 ‘권위주의는 없애고 경찰 권위는 세우며, 정보 공유를 통해 프로 지식경찰을 지향하고, 인권을 체험하고 인권을 보호하고자 노력’한다.

그는 1996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해, 1999년 결혼하며 부인 직장이 있는 경남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폴네띠앙엔 2005년 가입했다. “경찰조직 안에서 쓴소리를 하던 20여명이 의기투합해 폴네띠앙을 만들었는데, 이후 조직 내 소통을 갈망하던 사람들이 가입하면서 전국 모임이 됐어요. 경찰 조직 안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내놓고 토론하는 거의 유일한 소통공간이죠.” 이 모임이 “공식적인 목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회원들 사이에 논의된 내용이 일선 경찰조직 여론 형성과 분위기 조성에 스며들고 있다”고도 했다.

경찰조직 쓴소리 20명 의기투합 설립
17년만에 순경부터 경무관 500명 회원
‘경남청 소속 경위’ 류 회장 2년째 이끌어
회원들 2011년 수갑반납운동 주도해
새 정부 수사권 공약 맞물려 주목


“경찰 내부 목소리 수렴할 기구 필요”

폴네띠앙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11년 말 전국적으로 펼쳐졌던 이른바 ‘수갑 반납운동’이다. 경찰 내사사건까지 검사의 광범위한 개입과 통제를 허용하는 등 검찰 권한을 확장시키는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입법예고되자 경찰은 크게 반발했다. 전국 수사경찰 2만여명 가운데 1만5000여명은 상징적 의미로 자신의 수갑을 반납했다. 당시 폴네띠앙 회원들이 이 운동에 앞장섰다.

최근엔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공약과 맞물려 이 단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경찰 수사권 독립, 노조 전 단계로 경찰 직장협의회 설립, 지방경찰제 도입 등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류 회장은 “앞으로 1년간 수사권 독립 등 수사구조 개혁의 당위성 홍보, 직장협의회 필요성 관련 연구, 지방경찰제의 합리적 운영 방안 검토 등에 주력하겠다”며 경찰 조직 민주화를 위한 과제로 이렇게 세가지를 꼽았다.

먼저 그는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의 견제·균형 원칙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는 결코 검찰 힘 빼기가 아니다. 국민의 요구이자 시대의 요구이다. 수사권 독립을 할 만큼 경찰이 내부 역량을 키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직은 역량이 부족하다며 수사권 독립을 미룬다면 천년만년 시간이 흘러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직장협의회 설립 필요성을 두고는 “검찰은 평검사 회의라도 있는데, 경찰은 내부 목소리를 수렴할 기구가 전혀 없다. 지휘관 혼자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보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더 좋은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경찰을 폐쇄적 조직에서 열린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 경찰 지휘부와 일선 경찰이 적대적 관계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경찰을 민주적 조직으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부는 물론 경찰 내부에서도 노조 전 단계인 직장협의회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직장협의회를 설립하기 위해선 국민적 합의와 국회 입법도 필요하지요.”

지방경찰제 도입에 대해선 “지방자치시대에 지방경찰제 도입은 당연한 것이다. 현재 제주만 매우 좁은 범위의 지방경찰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전국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방경찰이 자치단체장에 얽매이지 않도록 할 방안과 지역 상관없이 전국 경찰이 공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명확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3만 경찰의 채 1%도 되지 않는 규모이지만, 폴네띠앙이 경찰조직의 희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찰조직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에 거는 기대도 매우 큽니다.”

그는 “경찰조직 안에서도 최상층부는 폴네띠앙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폴네띠앙 회원들은 경찰조직 민주화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최상원 기자 csw@hani.co.kr